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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가능성 높이려면?

야생자연인 2019. 10. 10. 23:08

요즘도 그렇지만 시험관아기 기술이 없던 시대 불임은 정말 심각한 문제였다.

따라서 아이를 갖기 위한 각종 비법이 난무해 심지어 남녀 생식기 모양의 바위(남근석, 여근석)까지 찾아내 치성을 드리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비법이 비과학적인 건 아니었다. 때를 정해놓고 부부합방을 하는 전략은 임신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날을 위해 부부는 금욕을 하고 행동을 삼가 몸을 최상의 상태로 만든다.

아내가 배란기도 아닌 시기에 부부관계를 자주 가질 경우 정작 필요할 때 정액 상태가 부실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런 금기가 그럴듯해 보인다.

민간의 풍속과는 달리 부부관계 전 금욕 기간이 길면 오히려 임신 가능성이 낮고 사정 뒤 불과 1~3시간 뒤 다시 부부관계를 가질 경우 임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후자의 정자가 운동성이 크고 상태도 좋기 때문이다. ⓒ 분자 및 세포 단백질체학

금욕 1~3시간 뒤 정액이 더 우수해

학술지 ‘분자 및 세포 단백질체학’ 9월 17일자 인터넷판에는 이런 금욕 관행이 오히려 임신 가능성을 떨어뜨렸음을 시사하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중국의대 심양병원 등 중국과 일본 공동 연구자들은 금욕 3~7일 뒤 사정한 정액에 들어 있는 정자보다 금욕 1~3시간 뒤 사정한 정액의 정자가 활동성이 더 커 결국 임신 가능성도 더 높다는 심험관아기 임상 결과와 이를 뒷받침는 생화학 분석 결과를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금욕 1~3시간 뒤라면 하룻밤에 두 차례 부부관계를 갖는다는 의미이다.

금욕 기간을 얼마로 해야 가장 상태가 좋은 정액을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가 몇 차례 있었고, 뜻밖에도 사정을 하고 몇 시간 안 지나 다시 사정을 했을 때 정액이 오히려 우수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자들은 이를 체계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이번 실험을 설계했다.

먼저 임신이 안 돼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기 위해 찾아온 부부 가운데 대조군 361쌍은 기존대로 남편에게 3~7일 금욕한 뒤 자위행위로 정액을 얻게 했다.

반면 실험군 167쌍의 남편들은 3~7일 금욕한 뒤 병원을 찾아 자위행위로 정액을 배출한 뒤 1~3시간 쉬고 나서 다시 ‘일을 치렀다’.

연구자들은 정자 검사를 통해 정상 범위에 드는 부부들(60%대)을 대상으로 시험관아기 시술에 들어갔다. 먼저 채취한 정액을 그대로 사용해 시험관 시술을 한 결과 대조군의 출산 성공률은 35.4%로 통상적인 수준이었던 반면 금욕 1~3시간 뒤 사정한 정액을 쓴 실험군은 47.4%로 12%나 더 높았다.

다음으로 정액을 얼렸다 녹이는 사이클을 거친 뒤(이렇게 하면 임신 성공률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험관 시술을 했다. 그 결과 대조군의 출산 성공률은 47.7%였고 실험군은 65.2%에 달했다.

후자의 경우 성공률이 기존 방법의 두 배나 된다.

연구자들은 이와 별도로 건강한 남성 20명을 대상으로 금욕 3~7일 뒤 얻은 정액과 금욕 1~3시간 뒤 얻은 정액을 분석했다.

그 결과 사정한 정액의 양은 예상대로 후자가 적었지만 정자의 활동도와 정액의 항산화 능력 등 건강 지표는 훨씬 더 나았다. 왜 그럴까.

항산화 능력 뛰어나

연구자들은 금욕 3~7일 뒤 얻은 정자와 금욕 1~3시간 뒤 얻은 정자의 단백질 양과 상태를 분석했다.

정자에는 미토콘드리아가 없어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생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유전자의 전사나 번역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미 존재하는 단백질이 중요하다.

분석 결과 정자에 존재하는 단백질 4959가지 가운데 금욕 1~3시간 뒤 정자에서 224가지가 더 많았고 98가지는 더 적었다.

그리고 더 많이 만들어지는 단백질 가운데 다수가 정자의 운동성이나 항산화 능력에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참고로 정액에 있는 활성산소가 일으키는 산화스트레스는 불임의 주요인이다.

결국 고환에서 성숙된 정자는 사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수록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진다는 말이다.

따라서 장기간 금욕 뒤 사정을 하면 오래 대기한 정자들의 비율이 높은 정액이 배출되고 몇 시간 뒤 다시 사정을 하면 전체 숫자는 좀 적어도 신참 정자들의 비율이 높은 정액이 나오는 것이다.

임신을 바라는 부부들은 조금 힘이 들더라도 하루 두 번 부부관계를 가져보는 게 어떨까.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다른 기사 보기

저작권자 2018.09.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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